아이는 왜 TV 속 걸그룹을 따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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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최고관리자
- 작성일 : 15-10-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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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아이들은 따라하기를 좋아한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TV 속 걸그룹의 춤을 따라 추는가 하면, 남자아이들은 유행하는 만화 속 영웅의 모습을 따라하기를 좋아한다. 이밖에도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이면 병원놀이, 소꿉놀이 등 역할놀이에 푹 빠져 논다. 전문가들은 이를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누군가를 따라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고 무엇을 배울까, 또 이러한 행위 안에 숨은 아이의 진짜 심리는 무엇일까. 심리검사전문연구기관 한국가이던스의 유혜진 심리상담센터소장의 도움말을 들어봤다.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Q. TV 속 아이돌 춤을 따라하는 등 스타를 흉내 내는 여자아이들의 심리는?
A. 아이들은 부모나 자주 접하는 대상의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 주변 대상의 행동을 모방하면서 사회를 학습하는 것이다. 여아들이 스타를 흉내 내는 것도 자연스러운 학습과정의 하나다.
이 시기 여아와 남아는 기질적으로 구분이 된다. 남아는 남성다운 것에, 여아는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것에 관심을 가진다. 때문에 여아는 TV라는 매혹적인 매체 속 예쁘고 발랄한 걸그룹 등 동성의 대상을 모델링하게 된다.
만일 아이가 스타의 행동, 춤을 따라했을 때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칭찬하거나 재미있어하면 아이는 주목과 인정을 받는 긍정적 경험을 한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타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인정욕구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Q. 터닝메카드, 파워레인저 등 로봇만화의 변신장면을 따라하거나 악당을 물리치는 역할 놀이를 즐겨하는 이유는?
A. 사람은 기본적으로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유아들의 공격적 행동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기질적으로 에너지가 많아서 공격적 행동을 하는 대상을 더욱 모방하게 된다.
아이들은 로봇영웅의 정의로움을 따라하면서 인정을 넘어 사람들에게 추앙받고자 하는 욕구를 해소하기도 한다. 이는 아이의 공격성을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기회다.
아울러 남자아이들은 힘이 있다는 것을 매우 중요하고 자랑스럽게 생각을 한다. 이 시기의 남아는 역할놀이를 통해서 자신이 힘이 세고 강하다는 것을 드러내며 지배욕구를 실현시킨다.
Q. 아이들은 왜 병원놀이, 소꿉놀이 등 어른의 직업을 따라하는 역할놀이에 푹 빠져 있을까?
A. 일정시기가 되면 아이들은 역할놀이를 할 수 있게 된다. 상황을 만들고 역할놀이를 할 만큼 상상력이나 언어적 능력 등이 발달을 했다는 증거다. 아울러 발달단계에 맞춰 매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춤을 따라 하는 것이든 어른들의 직업을 따라 하는 것이든 무언가를 따라하는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사회화 과정이다. 아이가 성장하고 싶은 내적 욕구를 실현하고 있는 중요한 순간인 것이다.
아이는 이들 놀이를 통해 친구를 사귀고 창의력을 발달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상황놀이 안에서 타인의 행복과 불행을 관찰한다. 결국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기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놀이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아이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Q. 이러한 놀이들이 주는 장점은?
A. 누군가를 따라하거나 역할놀이를 하는 행동은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신체적으로 발달을 하는데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모방이나 놀이를 통해서 아이는 세상을 학습하게 되고 사회화를 이룬다.
특히 아이는 이들 놀이를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나 불만족을 표출할 수 있다. 만일 아이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폭력, 성적인 부분 등을 넘어 선 놀이를 한다면 어떠한 불만족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유아는 아직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에 서투르다. 하지만 놀이를 통해서는 자신의 내적 스트레스를 자연스레 알리고 해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밥을 거부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밥을 먹으라고 다소 폭력적인 행동을 지속했다고 가정하자. 이러한 부모의 행동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아이는 역할놀이를 하면서 인형에게 밥을 먹으라고 때리고, 얼굴을 찢고 크레파스를 마구 칠하는 등 다소 과한 행동을 보일 수 있는데, 이는 스트레스를 표출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Q. 역할놀이를 지나치게 즐길 때 어떻게 지도할까?
A. 아이들은 판단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의를 지켜야 하는 등 이들 놀이를 하지 말아야 하는 장소와 시간에 지나치게 역할놀이를 하려고 할 때는 문제가 된다.
이를 테면 엄마들 모임에서 아이가 소꿉놀이, 병원놀이를 하며 대화를 방해하는 경우다. 이 때는 자신이 엄마에게 평소 관심을 못 받았다든지, 소외감을 느껴 이러한 놀이로 심리적 안정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다.
이 때 부모가 놀이를 계속 제지하면, 아이는 심리가 위축되고 자존감 형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제지하기보다는 대화를 시도하며 관심을 돌려주는 것이 좋다.
Q. 같은 역할놀이만 반복하는 경우 어떻게 할까?
A. 아이가 한 역할놀이에만 푹 빠졌을 때, 일단은 그대로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는 어느 한 놀이를 지속하다가 그만 두는 단계가 온다.
또 아이가 역할놀이를 하고 있는 도중 부모가 개입하면 안 된다. 오히려 실랑이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가 놀이를 하고 있지 않을 때, 다른 놀이를 제시하며 다양한 놀이로 눈길을 돌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Q. 부적절한 행동을 따라할 경우에는 어떻게 지도할까?
A. '하면 안 돼'라고 제지하기보다 아이 눈높이에 맞는 동화책을 읽어 줘 따라하면 안 되는 행동 등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그림책에서 폭력적인 장면이 나올 때, "○○이의 생각은 어때?", "어땠으면 좋겠어?"라고 대화를 하며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들이 '잘 못된 행동' 등을 충분히 습득하도록 한다.
만일 이러한 범주를 넘어 아이가 또래에 비해 과한 역할놀이를 오랫동안 한다면 부모에 대한 불만이 크거나 충동조절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일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유혜진 소장은 "역할놀이에 빠진 아이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역할놀이를 안 했을 때 걱정을 해야 한다. 당연하게 잘 크고 있다는 증거"라며 "친구들과 노는 것을 격려하고 장려해주면 좋다. 부모가 같이 역할놀이에 참여하면 더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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